'악화일로'를 걷던 건설경기에 대형 건설사들도 영업손실 등 실적 부진과 성장세 둔화에 고통받고 있다. 건설사들은 업황 회복이 요원해지자 일찍이 조직 쇄신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대 건설사들도 '수장'을 교체하고 재정비에 나섰다. 올해만 세 곳을 제외하고 모두 최고경영자(CEO)를 바꿨는데, 업계에서는 대형 건설사 수장들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순위 기준 10대 건설사 중에서 삼성물산, GS건설, 롯데건설을 제외하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포스코이앤씨등 7곳이 올해 CEO를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새 수장들은 △재무통 △세대교체 △총수 일가 등 크게 세 부류로 요약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원가율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은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개발, 신속한 의사결정 등으로 통해 위기를 이겨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대건설은 지난 11월 현대자동차그룹 정기인사에서 1970년대생인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에 내정했다. 전임 윤영준 대표가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해 구성역 플랫폼시온시티47 임기가 2년 넘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수장 교체가 이뤄진 것도 시선을 모았다. 이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 1994년에 현대건설에 입사해 전략기획사업본부장, 건축주택지원실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구성역 플랫폼시티47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홍현성 대표 후임으로 주우정 부사장(기아 재경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주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기아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한 핵심 인물이다. HDC그룹도 최근 재무 전문가인 HDC 정경구 대표를 HDC현대산업개발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2020년 HDC현산에서 최고재무전문가(CFO)를 역임했고, 2022년부터 HDC그룹 내 인수·합병(M&A) 업무를 주도했다. DL이앤씨는 지난 8월 DL건설 대표이사를 겸임하던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DL건설의 전신인 삼호건설의 워크아웃 조기졸업과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낸 위기관리 전문가란 평을 받는다. DL이앤씨의 이번 인사는 LG전자 출신의 서영재 전 대표 취임 2개월 만에 이뤄졌다. 지난 3월 취임한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도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과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 등을 역임한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전략통이다. 그는 앞서 2018~2022년 포스코홀딩스 CFO를 지냈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 7월 김형근 전 SK E&S 재무부문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 정기인사를 통해 전체 임원수를 기존 66명에서 51명으로 줄였다. 김 대표 체제 하에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기반 하이테크 신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오너 일가가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보현 전 총괄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공군 준장을 지낸 김대표는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과는 처남 매제 사이다. 대우건설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진행하고, 신임 대표 내정에 맞춰 기존 7개 사업본부 83팀을 5개 사업본부 79팀으로 축소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장남 정준선 카이스트 조교수는 건설 정보기술 전문기업인 HDC랩스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중이다. 1992년생인 정 교수가 HDC랩스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 앞서 지난해 10월 오너 4세 허윤홍 사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업계 최연소 CEO인 허 대표는 사업부를 6개에서 3개로 줄이고, 임원 수를 단축하는 등 조직 쇄신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로 취임 4년차인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는 2025년 정기인사에서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롯데그룹 연말 인사에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도 유임했다. 박 대표는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역임한 재무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