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해야하는데···‘영구임대 재건축’ 엄두 못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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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도 작성일24-12-16 07:51 조회6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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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준공 34년차인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1단지. 지난 12일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받은 첫 인상은 ‘땅이 넓다’는 것이었다. 단지 규모는 3개 동으로 작은 편이지만, 인도나 차도 폭이 다른 아파트단지보다 넓었다. 지상 주차장 뒷 편엔 공원으로 활용 중인 유휴 부지도 있었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인 이 단지의 용적률과 건폐율은 각각 137%, 11%으로, 법정 기준(250%·50%)을 한참 밑돈다. 재건축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건물을 더 넓게, 더 높이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7호선 중계역 1분 거리 초역세권이라 분양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영구임대 재건축 시범사업 1호 단지로 이 단지를 선정한 이유다.
권귀식씨(78)는 “겨울마다 난방도 고장나고 집이 좁아 불편함이 컸다”며 “같은 돈으로 더 넓은 집에서 살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휠체어 이용자인 또다른 주민 A씨(81)는 “굳이 재건축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이주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했다.
주민들의 엇갈린 반응은 영구임대 재건축이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지를 보여준다. 재건축에 따르는 임대료 상승분은 누가 감당할지부터 원주민들에 대한 이주대책은 경기광주역 민간임대아파트 어떻게 수립할지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1기 신도시 이주대책으로 영구임대 재건축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기 신도시 내부엔 이주 단지를 지을 빈 땅이 마땅치 않은 만큼, 공공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임대 아파트를 고밀 개발해 이주 수요를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목표로 잡은 1기 신도시 착공 시점은 2027년이다. 최소 2027년 전까지는 영구임대 재건축이 모두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광주역민간임대
하지만 지금까지의 영구임대 재건축 진행 속도에 비추어보면,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LH가 2021년 노후공공임대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며 후보지로 선정한 15개 단지 중 실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던 곳은 중계주공1단지가 유일했는데, 이마저도 최근 무산될 위기다.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다.
1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LH는 최근 중계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결론 내렸다. 국토부와 LH가 요구했던 설계비(223억원)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관련 예산을 정부안에서 삭감했던 기재부도 최종 예산안에는 사업비를 반영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국회 협상 과정에서 증액안은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에 사업 추진 의지가 있는 만큼, 올해 예산을 확보하지 않았다고 사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일단은 LH 자체 예산으로 설계 등 사업 초기 단계를 진행하되, 실착공 전까지만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 비용을 보전해주면 경기광주 임대아파트 된다는 것이다.
반면 LH는 사업 진행에 소극적이다. 지난 7월 사업계획 수립과 타당성 검토 용역이 유찰된 후 현재까지 재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 LH 관계자는 “신규 임대주택 건설과 운영만으로도 적자폭이 큰 상황이라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재건축까지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중계주공1단지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다른 후보지는 전망이 더 불투명하다. 지난해 LH 토지주택연구원은 서울 강서구 가양7단지를 1998호에서 3342호로 늘리고 기존 거주민 전원이 재정착하는 재건축 방안을 모의 실험했다. 그 결과 LH의 적자는 세대당 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양7단지보다 주변 시세가 낮은 강북구 번동5단지의 적자는 세대당 2억원이 넘었다.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공공성’과 ‘사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영구임대주택은 소득이 낮고 고령·장애 등으로 거동이 어려운 이들이 주로 거주한다. 이때문에 임대료도 시세의 30% 수준으로 고정돼있다. 헌 집에서 새 집이 되고 면적도 더 넓어지면 임대료는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상승분을 원주민들에게 부담시키기가 어려운 구조다. 공공분양 역시 시세의 80% 이내로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라, 분양 물량을 늘려 얻은 수익만으로는 사업비를 회수하기 어렵다. LH가 ‘정부의 재정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다.
사업성이 그나마 높은 단지라도,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사업 진행은 불가능하다. 가양7단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이주수요가 발생하는 반면, 주변 매입임대주택 수는 246개에 불과하다. 서울시와의 순환이주용 부지확보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단지 내 방치된 유휴부지에 신축동을 짓고 순환이주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그나마 대안으로 꼽히지만, 이 역시 입주민들이 최소 10년 이상 공사 현장에서 살아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영구임대 원주민들 대다수가 재건축을 원치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한국도시연구소가 LH 장기공공임대에 거주하는 2000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철거 후 재건축’이 필요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88%에 달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고령자들은 환경이 바뀌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며 “이들을 내쫓고 철거 후 신축하는 정비 방식은 폭력적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원주민들이 재건축 이후 상승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면 더 열악한 주택으로 밀려나는 ‘둥지 내몰림’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반면 기존 원주민의 100% 정착이라는 원칙을 재고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영은 LH 토지주택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대주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양과 임대,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경계없이 섞이는 소셜믹스”라며 “원주민의 100% 재정착은 또다른 영구임대주택을 만드는 것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어려움에도 영구임대주택 재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재 LH가 관리하는 건설임대주택 96만5878가구 중 30년 이상 된 임대주택은 11.4%(11만946가구)에 달한다. 이에 따라 LH가 임대주택 수선에 쓰는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LH는 향후 10년간 수선유지에 투입해야 할 비용이 24조203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든 영구임대주택이 ‘철거 후 신축’ 방식의 재정비를 할수는 없다고 말한다. 개발 잠재력, 이주주택 확보 가능성 등에 따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수도권은 철거 후 신축을 통한 고밀 개발을 통해 물량을 지금보다 늘리고, 재정비 필요성은 있지만 개발 수요가 낮은 지방은 임대주택 대신 지역의 거점 시설을 짓는 식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개발수요도 낮고 이주대책도 확보하기 어려운 임대주택들은 전면 재정비가 어렵다”며 “기존 입주민들에게는 의료지원 등 주거서비스를 개선해주고, 시간이 흘러 공실이 많이 생기면 철거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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